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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JUNG JIEUN

[FIGURE] 홍이삭 인터뷰, 하나 된 목소리로 울려 퍼진 그들의 청춘

영화 <다시 만난 날들> 홍이삭 인터뷰



뮤지션, 연기자, 음악 감독. 이제 그를 어떤 단어로 정의해야 할까.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마치 다양한 악기 소리가 하나 되어 노래가 되듯, 홍이삭이라는 인물이 지닌 다양한 면들이 모여 완성된 영화다. 무명의 싱어송라이터로 살던 ‘태일’(홍이삭 분)이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던 중 밴드 활동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고향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서툰 방식으로 삶을 헤쳐나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찬란했던 우리의 청춘 또한 바라보게 만든다. 무언가에 닿으려 미치도록 열망하고, 세상을 다 얻은 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순간들을 말이다.

 

Q. <다시 만난 날들>을 통해 첫 연기 도전했고 음악 감독으로서 후반 작업에도 참여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


다 끝나고 나서 봐야 ’내가 이걸 잘했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둘 중에 하나만 집중을 해야 작품으로서 퀄리티도 높고 내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Q. 홍이삭이라는 인물 자체를 중심에 옮겨온 영화다. 영화 배경음악 또한 과거 본인이 작곡한 곡들로 채워졌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어땠나.


시나리오에 보통 싱어송라이터들이 지닌 음악과 현실의 갈등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았다. 하지만 과거의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옛날 옷을 입는 건 싫었다.(웃음) 완전히 태일이랑 똑같지는 않다. 현실의 내가 ‘태일’을 볼 때는 ‘저렇게 닫혀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삶의 옵션과 방향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답답한, 냉소적인 이미지가 작품에 담겼다.



Q.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호흡을 맞췄다. 마치 영화 <라라랜드>처럼 두 남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작곡하며 노래하는 신이 등장하는데, 그 신을 연기하며 어떤 감정이 들었나.


그 장면을 찍을 때 생각보다 감독님의 디렉션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면서 곡을 쓰는 과정과 형식, 즉흥적으로 썼을 때 결과에 대한 리액션을 관찰하면서 촬영했다. <재회>라는 곡에 대해서 “이 곡은 어떤 색깔이냐?”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보라색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런 조명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야한데?’ 싶었다.(웃음)



Q. 아역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서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들으면서 나아가는 것을 즐긴다. 아이들과의 장면도 계획에 없었는데 작가님이 “한번 곡을 볼 수 있냐?”고 해서 만들어진 부분이다. 어린 친구들이랑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즐거웠다.



Q. 아이들이 과격한 내용의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를 때 중간중간 웃음을 참지 못하는 표정이 스크린에 드러나기도 했다. 연기가 아닌 진심 같아 보였다.


어릴 때의 내 모습이 생각 나긴 했는데 나는 그 정도로 과격하진 않았다. 과격한 노래를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목소리로 노래를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신을 찍는 순간에는 감독님이 내가 연기 경험이 없으니 그런 상황에서 어떤 표정이 나올지 궁금해했고 나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앞에 앉혀놓은 것이다. 그래서 더 리얼한 표정이 나왔다.



Q. ‘태일’, 그리고 실제 홍이삭의 삶은 닮은 점이 많다. <슈퍼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 버클리 음대를 다닌 사실로 인해 엄친아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실패의 맛을 아는 아티스트다. 유재하 경연대회에서도 삼수하고 나서야 동상을 수상했다. 음악을 하면서 혹은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언제였나?


미국을 갔을 때였다. 학비도 겨우 모아서 냈고, 그러다 보니 생활비가 부족했는데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한때는 돈을 아끼려고 밥도 덜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한국에 와서도 여러 가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스케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그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 같다.



Q. ‘태일’이 아이에게 “찌질하지 않으면 아무 노래도 쓸 수 없어”라고 말했던 대사에 많이 공감했다. 실제로 본인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나는 연애하면 다른 걸 잘하지 못한다.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못 해서 연애를 안 하면 일에 좀 더 성과가 좋고, 반대로 일을 하면 연애가 안 되는 이런 부분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백 퍼센트 솔직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요즘엔 가끔 돌아봤을 때 ‘그때 조금 더 솔직했다면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Q. 영화 OST의 더블 타이틀곡인 <잠자리 지우개>, <재회>는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씻어내려 애쓰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재회>에서 ‘혼자서 궁금해하다가 몰래 속상해하다 가끔 널 미워하기도 했어’라는 가사가 와닿았다. 이것 또한 실제 경험에서 나온 곡들인가.


심찬양 감독의 공이 크다. <재회>라는 곡을 쓸 때 심 감독이 자기가 예전에 만난 사람 때문에 썼던 가사를 보여줬었다. 그게 그 가사였다.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잠자리 지우개>는 나와 다른 친구들이 모여있을 때 쓴 것이다. 후렴은 내가 썼다. 친구 셋이서 동아리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같이 음악 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기타 치는 친구가 자기 연애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던 친구 하나가 “뭔가를 지우려면 잠자리 지우개가 잘 지워지던데”라는 말을 해 그걸 노래로 풀었다.



Q. 작품 속에서 아이들에게 록을 가르치며 “네게 록이 뭐야?”라고 태일은 묻는다. 그 질문을 본인에게 돌려주고 싶다. 홍이삭에게 록이란 무엇인가?


장르에 상관없이 “록이 왜 생겼냐? 힙합이 왜 생겼냐?”고 기원을 따지기보다는 지금 시대엔 장르는 마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을 배워도 학파부터 배우는 것처럼, 무언가를 배울 때 뿌리를 배우려고 노력할 때가 많지 않나. 그런데 요즘은 다르더라. 예를 들어, 2020년대에 나온 록과 1960년대에 나온 록이 뒤섞여 있다. 예전에는 “록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표출의 수단이다’라고 말했을 텐데, 요즘은 그냥 팔레트에 다양한 색깔이 있는 것처럼, ‘내가 내고 싶은 색깔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Q. 작품 속 ‘태일’은 대중이 원하는 곡과 자신의 색깔이 담긴 곡 사이에서 갈등한다. 실제 본인의 지향점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데미안 라이스’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 ‘내 세상에 빠져서 음악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대다수 아티스트의 욕심이지 않나. 하지만 ‘데미안 라이스’와 나를 비교하기에는 내게는 뚜렷한 색깔과 정체성이 부족하다.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음악성을 조금 더 다채롭게 보여줄 기회여서 영광이었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내 중심이 확실하지 않았다. 지금 나의 가장 큰 욕심은 ‘내 알맹이, 내가 원하는 것, 취향과 의견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더 대중적인 뮤지션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Q. 평소 ‘홀리 뮤지션’, ‘자연주의 뮤지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수식어를 가진 뮤지션이 되고 싶나.


‘홀리’, ‘자연주의’ 뮤지션이라는 닉네임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자연주의’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틀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사실 성격 자체가 비관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 반항적인 생각이나 삐뚤어진 사고를 음악에 담아 보고 싶다. 그런 것들이 표출되면 아마 사람들은 ‘홍이삭이란 사람에게 이런 다른 매력들이 있구나’라고 느끼지 않을까. 그러므로 천연색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뮤지션이 되고싶다.

 

YOUTUBE 홍이삭 뮤지션 인터뷰 영상

 

EDITOR JUNG JI EUN

PHOTO PARK YONG BIN

HAIR ZOLLY (OLLY)

MAKEUP JINA (OLLY)

FILM KIM MI AE

CHOI YU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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